내 앞엔 등잔불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
나는 빛을 보고 있었고
빛은 현란한 몸짓으로 나를 환히 비추었다.
'내가 빛을 보았다'고,
'여기 빛이 있다'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.
내가 빛에 취해
점점 더 가까이 다가갈 수록
내 그림자 더욱 짙은 어둠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는 걸
미처 알지 못했다.
빛 앞에서,
티없이 맑고 투명해지거나
먼지 알갱이보다 작고 작아져
내 존재 사라져 버리지 않는 한
나는 늘 빛을 가리는 그림자 드리울 수 밖에 없음을
그제사 알게 되었다
11.19