가행 2014. 3. 13. 15:27

비가 옵니다

 

사람들에겐 그저 무심한 자연현상이

나에게는 가슴 뛰는 기적입니다

 

지난 여러날,

대천천 오가며

 

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를 거품

가장자리 띠를 두르고

바닥에 들러붙어 미끌거리는

검은 이끼 뒤덮인 채

가쁜 숨 몰아쉬는 대천천의 마른 가슴이

내내 마음 아팠습니다

 

고작해야

내가 할 수 있는 건,

매일 아침

대천천과 거기 깃든 생명 떠올리며

마음 모아 기도하는 것 뿐이었지요.

 

어제 오늘 내린 비로

풍성하게 넘쳐흐르는 개울물을 보며

기도에 응답하는 자연의 은총을 느낍니다

 

기적은

간절한 소망 가슴에 품었을 때

일상 속에 숨겨진 귀한 보물을 발견하게 되는 것임을 알겠습니다

 

말갛게 몸단장하고 봄맞이 할 대천천을 기대해 봅니다

 

2014.3.13