가행 2015. 7. 7. 14:40

너를 통해 내 인내심의 바닥을 확인하고

너를 통해 내 위선의 민낯을 마주한다

너를 통해 내 안에 숨겨진

권위의식과 지배심리를 만나고

너를 통해 내 안에 또아리 틀고 있는

잔인한 폭력성과 야비함을 만난다

 

하루에도 몇번씩 미친 년 널뛰듯

너를 몰아쳤다가 가슴에 품었다가

부드럽게 쓰다듬다가

무지막지하게 잡아챘다가

 

그렇게

한없이 연약한 너를

혼돈 속에 마구 흔들어대다가

 

결국 내안의 절망으로

주저앉아 버리는 내게

 

너는 깊이를 알 수 없는 눈길을 보낸다

단 한 마디 원망 없이...

 

그렇게,

너를 통해

네 안에 담담히 숨 쉬고 계신

그 분의 목소리를 듣는다

" 너희가 나를 혼자 버려두고 저마다 제 갈 곳으로 흩어질 때가 올 것이다.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. 아버지께서 나와

함께 계신다.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너희가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. 용기를 내어라. 내가 세상을 이겼다 "

 

내가 너를 가르친다는 오만함에서 내려와

네가 나를 가르치고 있음을

네가 나를 빚어가고 있음을

너에게 온전히 나를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함을

 

네 앞에서 수없이 무너질 때마다

너는 다시 나를 일으키고

너는 담담히 기다려 주고 있음을

너는 나의 그 분임을 기억한다

 

2015. 7. 1